혹은 이마저도 아니라면 다른 무엇인가?
건축조각을 시작할 때 생각만을 근거로 말하자면, 건축물은 재료이고, 사진은 재료를 수집하고, 완성된 조각 작품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이니, 건축조각 자체는 조각에 가깝다.
그러면 나는 조각가인가?
음,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 나는 다큐멘터리 작가와 흡사한 면이 더 많다. 건축조각은 조각이기도 하지만, 이리저리 견줘보면, 다큐멘터리 개념에 더 들어맞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건축조각에 사용된 재료가 품은 의미가 일반 조각과는 크게 다른 점이 보여서다. 전통 조각에서 재료는 공간상에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인데 그 자체가 작품 내용을 좌지우지하는 일은 드물다. 그에 반해 건축조각에 재료로 사용된 건축물은 단순히 청동이나 대리석 같은 물질이라고 말하기엔 각각 고정된 형태와 목적이 존재하고, 더불어 고유한 상징 의미를 보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건축물이라는 실존 재료를 도큐먼트하고, 이를 특정 이야기로 묶는 조형 행위를 하는 나는 조각가라 불릴 수도 있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실을 찾아 기록하고 이를 드러내기 위한 계획된 프레이밍을 곁들여 최종 작품을 완성한다는 관점에서, 다큐멘터리 작가에 더 근접해 위치한다.

쓴 약을 쓴맛 없이 복용할 수 있게 만든 당의정 糖衣錠 sugar-coated tablet처럼 세상에 없는 조각 방식으로, 현실에 실재하는 건축을 당의하여 사람과 사회를 말하는 것, 그게 바로 다큐멘터리 건축조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