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조각 建築彫刻 ARCHISCUL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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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조각은 본인이 영국 유학과 동시에 시작한 작품 프로젝트이다. 평소에 건축구조가 지닌 아름다움에 매료돼 건축물 사진을 많이 촬영했지만, 온전히 내 사진 작품이라 말하기 힘들었다. 사진 그 자체는 내 작품이긴 했지만, 건축물은 건축주와 건축가가 만든 작품이니까 말이다. 뭐 그런 이유로 사진만 산더미처럼 촬영해 두었지 그 사진들을 그대로 발표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방대한 데이터로 뭐 할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콜라주 기법으로 건축구조를 재료로 사용해 아름다운 조형물 이미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고, 그게 바로 현재 건축조각이 됐다.

ARCHISCULPTURE 008, 2012. Archival Pigment Print, 100×70 or 171x120cm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는 건축가 한 사람이 설계한 건축물이 지닌 질서정연함을 아름답다 했지만, 《건축조각 建築彫刻 ARCHISCULPTURE》 사진 프로젝트는 여러 건축가가 설계한 다양한 건축물을 촬영하고, 이를 콜라주(collage) 해, 건축물 모양새를 한 조각(彫刻, sculpture) 예술품 이미지를 만든다. 《건축조각》은 다수 설계자가 구축한 고대 도시와 같이, 유기체처럼 밀접하게 연결된 구조 때문에 낭만성을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데, 그 이유는 각양각색 건축물 가운데에서 작가 본인 한 사람 기준으로만 작품 재료로 사용할 건축구조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사진에 푼크툼(punctum)이 있다면, 분명 작업에 사용된 구조는 작가에겐 푼크툼이며, 이들 조합이 바로 《건축조각》이다. 작품에는 동시대 정치, 경제, 사회를 상징하는 건물들이 작가 의도하에 배치되어, 감상자는 스투디움(studium)을 통해 대도시 환영을 보기도 한다. 수집가가 획득물을 세심히 분류하고 정리하듯, 작가는 이곳저곳에서 채집한 도시 파편들을 분석하고, 이를 재료로 조각 예술품을 만든다. 하나로 결합된 구조물은 통시(通時 diachronic) 또는 공시(共時 synchronic) 역사를 지닌, 혹은 그 둘을 모두 담은 아름다운 조각 예술품으로 재탄생 된다. 러시아 영화감독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 예이젠시테인(Sergei Mikhailovich Eisenstein)이 몽타주(montage) 기법을 설명하면서, 각 독립된 장면에는 존재하지 않던 의미가, 편집된 전체 영상에서 새롭게 형성된다고 했듯이, 《건축조각》에 사용된 콜라주 방식은 건축물을 이어 붙이며, 개별 구조에선 읽히거나 보이지 않던 내용과 가치를 생성한다. 하지만, 모든 함의를 떠나 《건축조각》을 겉모습으로만 정의한다면, 건축물같이 생긴 존재하지 않는 조각 예술품을 촬영한 사진이라 말하겠다. 

* 이곳에 ‘건축조각’ 이미지가 더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