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감 殘感 ECHO-IMAGE-S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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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물리주의(Physicalism, 物理主義)를 바탕으로 의식을 시각화한 bsw 작품 프로젝트 ‘잔감(잔여감각, 殘餘感覺)’을 설명해 볼까 한다.

당신이 키보드를 두드려 컴퓨터에 글을 쓰는 평범한 행동은 사실 너무나도 놀라운 초현실 사건임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왜냐하면, 타이핑해 글을 완성하려는 마음, 즉 비물질인 정신이 물질인 손가락을 움직여 키보드 키 캡을 눌렀기 때문이다. 현재 물리계에는 ‘물리 인과 폐쇄(Causal closure of physics, 物理因果閉鎖)’라 불리는 경험칙(experience rule, 經驗則)이 존재하는데, 물리계에서 발생한 모든 사건은 항상 물리 원인을 갖는다는 법칙이다. 그 말은 당신이 타이핑한 행위 원인이 반드시 물리 요소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이핑하려고 한 당신 생각, 정신, 의식은 말할 것도 없이 반드시 물리 요소이어야만 한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머릿속에서 발생하는 의식 감각 같은 정신스러운 느낌이 물질 현상일 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인지 불협을 벗어날 길이 없다. 당신 생각이 당신 신체 일부라는 의미인데, 아무래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더 나아가 당신 의식을 물리 요소가 아닌 고차원스러운 영혼 같은 존재로 계속 믿고 싶다면, 사실 그렇게 해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그 믿음을 주장하려면, 당신은 정신력으로만 물질을 움직이는 염동력(psychokinesis, 念動力)자가 먼저 돼야만 한다. 타이핑이라는 단순한 행위가 사실 알고 보면 비물질이 물질을 움직이는 초능력이니까 말이다.

다음은 ‘잔감’을 간단히 설명한 작업노트다.

Echo-Image-Sense 004, 2018. archival pigment print, 70x49cm

《잔감 殘感 Echo-Image-Sense》 연작은 만약 보이지 않는 인간 의식이 형상을 지니고 있다면 이라는 가정하에 사진 매체와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의식을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이를 실현하려 인간 의식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철학과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살펴보면서 시각화에 필히 선행되어야 할 ‘의식 물질화’ 근거를 찾고, 그 과정에서 의식이 우리에게 비물질로 느껴지는 원인이 되는 ‘감각질(感覺質, qualia)’을 물질 운동 논리에 맞게 설명할 방안을 생각해 본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사고실험(思考實驗, thought experiment)을 실행하게 되는데, 첫째로 모든 감각 원인이 소거된 무감각실(無感覺室, sensory deprivation chamber)을 가정하고 그 안에서 인간에게 의식이 생성되는지 지켜보고, 두 번째로는 인간이 느끼는 감각질 속성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시감각 실험을 하게 된다. 이 두 가지 방법으로 인간 의식은 근본에서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점과, 그럼에도 우리가 의식이라 느끼는 것은 감각잔여물(感覺殘餘物, residues of sense)일 뿐이라는 사실을 결과로 얻게 되었다. 감각잔여물이 초 경험 대상이 아닌, 자연과학으로 설명 가능한 물리 요소라는 점은 의식이 물질이란 셈이다. 이러한 의식 물질화 결과에도 시각화를 위한 매개(媒介, mediation)는 필요한데, 화가가 추상화를 그리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작가가 품은 심상(心像, image)이 지각과 기억을 기반으로 생성된 ‘잔여감각(殘餘感覺)’을 매개로 캔버스에 표현됨을 알게 되었고, 이를《잔감》 제작 과정에도 응용했다. 캔디드 기법으로 촬영된 인물 사진 두상 부분에 추상화를 그릴 때와 동일한 매개인 ‘잔여감각’을 사용해 디지털로 만든 ‘가상 사물 이미지’를 붙여넣어 보이지 않는 인간 의식을 시각화했다. 다양한 의식 경험을 가시화하려고 지각에 영향을 주는 여러 가지 물리 요소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에너지를 상징하는 형태’, ‘감정을 자극하는 색’, 그리고 ‘배경을 반영하거나 투과시키는 표면’이 있었다. 이 세 요소를 활용해 제작한 《잔감》 연작은 의식을 물리계 요소로 환원해 가치를 폄하하려는게 아니라, 의식 정량화(定量化, quantification)를 기반으로 명확한 의식 구조를 인지하고, 모호한 잉여가치를 버리기 위함이다.

* 이곳에 ‘잔감’ 이미지가 더 있어요. 🙂